-그대들에겐 보이지 않는가, 들리지 않는가?-
우리사회가 군사독재에서 민주화 사회로 전이(轉移)되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 이익집단에 의한 집단행동이다.
지난 세월 숱한 이익집단들이 의사표시의 정당한 절차를 제쳐두고 다수의 힘에 의존하는 집단행동을 선호해온 이유는 그동안 반복된 집단행동을 통해 얻어낸 소득과 학습효과가 그들로 하여금 과격한 시위를 선택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과격하고 투쟁적인 집단행동이 계속되면 사회는 불안해지고 경제도 어려워 지는 것 은 자명한 일.
그런데 이번엔 6급이하 공무원들까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을 만들어 ‘15일 총파업을 한다고 선언했다.
국민의 공복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보다는 단체행동권 등의 인정을 요구하며 국민을 볼모로 파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전공노는 이번 총파업을 실행하기 위해 100억원의 파업기금을 모금하고 6일부터 지역별 파업결의대회를 열어 열기를 고조시킨후 9일부터 10일까지 파업찬반투표를 실시한뒤 15일 총파업을 한다는 스케쥴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파업찬반투표 자체를 불법집단행동으로 간주, 사전 찬반투표혐의가 있는 전공노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물론 주동자를 전원 구속한다는 강경 방침을 세워놓고 있어 노･정 대립의 격화가 불가피할 것 같다.
전공노는 현재단계로서는 법외(法外)단체다. 공무원에게 단체행동권을 제외한 노동기본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공무원노조법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중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파업을 하면 민원처리 중단으로 국민이 불편을 겪게되고 업무공백으로 국가기능이 일부 마비될 것은 명약관하한 일인데도 공무원들이 파업을 강행하겠다니 이런 형태의 파업을 곱게 봐줄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공무원의 사용주는 이들에게 보수를 지급하는 담세국민이다. 그런데 국민의 불편을 외면한채 그 국민을 볼모로 파업을 한단 말인가?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하위직인 9급 공무원 시험에도 대학졸업자들이 몰려들어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는 선망의 일자리다.
이들이 자칫 '철밥통'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권리를 찾기 위해 파업을 강행하려는 의도는 결국 사용주인 국민을 위한 봉사의 시간이나 량(量)을 줄여 좀더 편하게 근무하겠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전공노가 나서서 고질화된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뿌리뽑겠다는 주장도 내세우고 있지만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더구나 공무원은 공무원법상 정년이 될 때까지 신분상의 보장을 비롯 각종 복지혜택을 받는 공무원이 일반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쟁의를 벌인다는 것은 그들이 누리고 있는 신분에 비춰 어울리지 않는다.
그대들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지만 전체인구의 8~9 %에 달하는 청년실업자가 보이지 않는가?
결식아동 1만 4000명, 소년소녀가장 6000여명, 저소득장애인 23만여명 독거노인 64여명, 기초생활수급자 137만명의 신음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이번 사태를 공무원노조의 파트너인 노무현 정부가 사회상규나 원칙보다는 정치적인 힘에 의해, 또는 처해 있는 상황논리에 의해 결과를 결정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왜냐하면 노무현 정부 출범이후 첨예화된 사회갈등을 해소하려는 의지를 대외에 천명하기 위해서라도 일벌백계의 극약처방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일시적 혼란을 피해가기 위해 그들의 요구를 수락하는 임시처방은 또다른 집단행동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표이사 / 주필 김 교 성.
 
---    2004.11.11       김교성   ---